50여 점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과 그의 동생 목재(木齋) 허행면(許行冕, 1906~1966)의 작품을 함께 조명하며, 형제의 개성적 화풍을 비교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서로 같은 듯 다른 화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의재와 목재의 작품을 통해 근·현대 남종문인화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9세기 문인화가 소치 허련(許鍊, 1808~1993)과 한집안으로 진도에서 태어나 자란 의재와 목재는 어려서 서예와 묵화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예술적 분위기에서 성장하였다. 의재는 동양의 고전과 문인정신을 바탕으로 남종문인화풍을 견지하며 화단의 거장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목재는 형인 의재에게 서화를 배웠고, 목재라는 호를 의재로 부터 받을 만큼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의재가 일본에서 법률공부를 하던 20대에 돌연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면. 목재는 광주고보 재학 중 석고 데생이나 수채화 유화 등 서양화 기법과 이론도 접하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한동안 공무원, 금광사업, 제지사업 등을 하다가 1938년 의재가 연진회(鍊眞會)를 설립할 때 창립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업을 시작하였다.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경산수도 여러 점 남겼으며,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회화미를 강조하면서 자기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그의 그림 세계에는 허백련과 마찬가지로 추사 김정희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문인화의 정신이 깊이 스며있다.
목재는 의재를 통해 남종문인화풍을 익혔지만, 의재의 사의적인 화풍과는 달리 다양한 채색 등을 통해 사실적인 그림을 위주로 자신의 화풍을 형성하였다. 의재의 작품이 문인화 정신을 이어 평생 담담하면서도 기품있는 화풍을 보인 반면, 목재는 현실적인 풍경화와 화려한 군방도(群芳圖)로 고법(古法)을 혁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