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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대한 열정과 도전적 파격으로 사물과 관점에 새로운 시선을 주었던 작가, 인재 박소영은 1946년에 전라남도 진도군 진도읍 동외리에서 태어났다. 16세에 의재 허백련 선생의 문하에 들어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게 된다. 그는 의재의 제자 중 드물게 화조화에 능한 작가로 회자되곤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스승에게 전통 남종화를 배우고,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와 본인의 창작 의지에 따라 독자성을 계발하고자 몸부림쳤던 화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스승을 따르고 연모하는 마음 한 켠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온 시간들이 여기 이곳에 펼쳐져 있다.
인재 박소영은 붓끝(필력 : 붓으로 자유자재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서야, 문인화 뿐만 아니라 화조화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참새 한 마리도 상황에 따라 입 모양, 다리 모양, 날갯짓하는 모양까지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이 없이 특출나다. 그가 노년기에 시도한 현대적인 문자도나 토기, 상징적 의미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샘솟는 변화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적인 한국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리게 된 토기의 무늬, 상형문자 등은 그가 깊이 생각하고 배치하여 그린 것이다. 궁극에는 자신만의 철학을 찾아내는 뿌리에 닿아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그림’들을 창작하기에 이른다. 새로움을 좇는 일은 항상 위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변화해내는 고통의 반복이 후세에는 본받고 지켜야 할 거름이 되기도 하고, 훗날의 꽃을 피워내는 마중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재 박소영은 의재 허백련의 바탕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진중하게 변화의 길을 걸었던 소중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