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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을 의재미술관은 지난 화조화 전시에 이어 의재 허백련과 그의 제자들이 그린 산수화 작품으로 두 번째 소장품전을 개최합니다. 20세기 격변의 시기에 의재 허백련은 남종문인화라는 전통화법과 산수정신을 계승하고자 하였습니다. 한편 근대식 교육을 받고 새 시대를 겪은 제자들의 작품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가들은 산수를 그리며 웅장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온갖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위대한 자연에 대한 그들의 흠모를 표현하였습니다. 그들의 소우주가 담긴 산수화를 들여다보며 화가가 바라보던 이상경을 마음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 ‘마음으로 그린 산수’는 동양 산수화의 요점을 차용한 것입니다. 동양의 산수화는 흔히 이상경(理想景)이라 합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똑같게 그리기보다는 산수를 우주의 축소판으로 보아 머물고 싶은 각자의 소우주(小宇宙)를 화폭에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산, 물, 동네 모습 같지만 어느 곳과도 똑같이 닮지 않았으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집과 인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양에서 산수화를 그릴때에는 삼원법(三遠法)을 따릅니다. 높은 산을 높게 그리는 고원법(高遠法), 여러 산들이 첩첩이 멀어지는 것 같은 심원법(深遠法), 옆으로 길게 펼쳐지는 평원법(平遠法) 등을 써 한 화면 안에서 높고 깊으며 웅장한 산과 물을 표현합니다. 이는 어느 한 지점에서 바라본 풍경을 원근법을 이용하여 가능한 똑같이 재현하고자 하는 서양화와는 다른 동양 산수화의 특징적인 개념입니다.